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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얼굴 (134) 스스로 영화가 되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

입력 : 2023-06-23 09:23:21
수정 : 2023-06-23 09:42:24

파주의 아름다운얼굴 (134)

 

스스로 영화가 되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

 

 

 

파주에 숨어있는 보석이랄까? 이렇게 훌륭한 시스템을 갖춘 영화관은 서울에도 없다.

파주에서 대놓고 자랑하고 떠들고 싶은 명필름아트센터. 이곳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마치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진 밥상처럼 소화도 잘 되고, 시선의 편식을 막아준다. 옵티머스 돌비 시스템이 주는 음향으로 영상감동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좋은 영화관을 찾는 것이겠지.

영화관 옆에는 명필름이 있다. 이곳에서 영화를 기획, 제작하고, 영화 인재를 육성 발굴하여 제작을 지원하는 명필름랩(명필름영화학교)도 운영한다.

이 건물은 승효상씨가 설계한 건물로 마치 둘이 하나이듯 서있다. 심재명 대표는 이 건물에서 살고 있다. 사무와 주거를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셈이다. 명필름랩 기숙사도 여기 있다.

 

▲ 승효상 건축가가 작은 도시라 표현한 명필름 사옥

 

스스로 영화가 되는 작은 도시 명필름 파주사옥

파주에 터를 다시 잡은 명필름은 영화제작사 기능의 건물만을 짓고자 하지 아니하였다. 이 땅의 가파른 영화환경을 개선하고자 영화학교를 만들어 그 기능을 담고자 했으며, 외부인들에게도 개방하는 공연과 집회의 다목적 공간과 전시장을 수용하고자 했고 제법 고급스러운 레스토랑까지 건물에 넣고 싶어 했다. 또한 개인의 주택을 함께 짓는 것은 물론 설립될 영화학교의 학생이나 장기 방문객을 위한 기숙사와 게스트룸까지 포함하고자 했으니, 생산과 소비 그리고 문화와 거주가 있는 이 복합적 기능은 건물적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었다. 어떤 작은 도시를 설계해야 하는 일이 본질이었고 그것도 영화라는 상상과 허구(어쩌면 욕망)의 세계를 현실 속에 구축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이 건축은 작은 도시이며 스스로 영화이다.”

이보다 간결하고, 확실하게 명필름 사옥을 설명할 길이 없어서 건물을 지은 승효상님의 글을 옮긴다. 이곳은 생산과 소비, 문화와 거주가 함께한다. 그래서 건물 자체가 작은 도시라 했나보다. 이 작은 도시의 시장(?)이 파주에 살고 있다.

 

▲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전시

 

한국 애니메이션의 신화 마당을 나온 암탉

명필름아트센터 2,3,4층은 영화 잡지나 영화에 쓰였던 소품과 의상, 영화 대본이나 큐시트 등을 접할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이다.

지금 4층에서는 마당을 나온 암탉애니메이션 관련 원화컷, 이미지보드, 연필드로잉, 제작 메모 등이 전시되어 있다.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찾아 읽는 베스트셀러로 100만 독자가 넘는 수작이다. 그런데 이 책을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심재명 대표는 가족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안녕 형아같은 실사 가족영화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애니메이션 가족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던 중 직원이 이 책을 추천해서 읽어보고 감동을 받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 전문제작사 오돌또기 오성윤 감독이 먼저 사계절에 저작권을 협의하고 있었다. 명필름이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가 아니었기에 오돌또기와 같이 만들게 되었다. 제작 기간이 7년이 들었다.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은 인프라도 약했고, 신뢰도도 낮았기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한국애니메이션으로 220만 관객을 끌어들인 성적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알을 낳지 못하는 암탉의 자유의지를 그린 스토리지만, 어떻게 보면 인간의 자유의지를 그린 작품이죠. 진정한 엄마와의 관계, 또 다문화가족 이야기잖아요. 자기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진취적인 이야기 맞아요.”

 

애니메이션 태일이'의 주인공들

 

애니메이션 태일이13만명으로 그쳤다. 백만명 봤어야 한다고 아쉬워한다. 코로나 직후여서 관객이 없었지만, 전태일을 몰랐던 사람들이 이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알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극장 관객외에 공동체 상영이나, 학교 상영 등으로 꾸준히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이후 준비중인 작품은 꼬마’. 지리산 반달곰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 명필름에서 제작한 영화 포스터

 

한국영화의 위기 맞나?

기생충이니 오징어게임 등으로 한국영화나 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소리가 종종 들린다. 심대표는 이렇게 진단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영화산업판이 무척 많이 바뀌었어요. 2019년에 한국 영화산업이 최정점을 찍었죠. 근데 코로나로 영화관을 못가게 되고, 근래 요금 인상 등에다, 넷플릭스같은 OTT, 유튜브 등으로 경쟁 영상환경 자체가 많이 바뀌어서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것이죠.”

한국영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영화관 매출 의존도가 80%나 되어, 영화관 수입이 떨어지면 자연히 제작여건이 나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는데, 한국영화는 그 정도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우리나라 1인당 영화관람이 년간 4편으로 세계 최고이고, 꼭 영화관이 아닌 해외수출이라든가, 플랫폼 판매 등 다른 부가가치가 수익을 일으키고 있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넷플릭스에서 투자하는 한국콘텐츠들은 우리나라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좀 개념이 어렵긴 하지만 지금 말하는 한국 영화 위기에는 포함되지 않는 거죠.”

 

▲ 전시하고 있는 영화대본

 

미래를 위한 명필름랩, 10기 모집중

올해 10기 모집중이예요. 힘듭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미인가 교육기관이기도 하고... 교육기관이라기보다는 영화를 같이 고민하고, 젊은 인재들을 발굴하고, 궁극적으로는 학생들과 영화를 함께 만들자는 것이지요.” 명필름 영화학교는 지금 명필름랩으로 이름을 바꿨다. 극영화 연출, 시나리오, 제작, 촬영부문으로 나눠 모집한다. 10기는 올 10월에 원서를 접수한다. 수업비를 내는 것도 아니고, 기숙사도 있어, 영화에 관심있는 젊은이들이 오로지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같다. 제작비는 공모사업이나 예술단체 등을 통해서 마련한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부문의 경우, 만들고 싶은 시나리오를 내어 뽑히면 그 시나리오를 갖고 1년 동안 기획하고, 고치고, 1년 동안 촬영하고 제작하고 완성하는 것이죠. 2년이 걸리기도 하고, 삼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명필름 독립영화 형태로 남는 것이죠. 영화 박화영을 만든 이환 감독이 명필름랩 출신입니다. 이후 어른들은 몰라요를 만들며 주목을 받고 있어요.”

젊고 의욕이 넘치는 젊은 친구들이 상업영화보다 훨씬 더 실험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소재나 주제를 많이 갖고 와서, 운영이 힘들어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하고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 명필름아트센터 아카이브 전시관

 

영화에 빠진 30, 영화가 되고 있는 심재명

그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형편상 영화 관련 학과로 진학하지 못하고,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졸업후 우연히 영화사겸 극장이던 [서울극장]에서 영화광고 카피라이터를 모집하고 있어서 취직했다. 서울극장에서 2, 극동스크린에서 2년 근무 후, 독립해서 명기획이라는 영화홍보마케팅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 95년에 명필름을 만들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죠. 기생충도 그렇고, 오징어게임도 그렇고 결국 어떤 이야기냐, 어떤 주제를 담고 있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니 사람들의 의식이변하고, 생활상 변화, 사회 변화를 잘 파악해야해요. 그게 점점 어렵네요.”

영화일을 한 지 30년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연륜이 깊어졌다는 얘기도 되지만, 젊은 세대의 감각과 거리가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서 1주일에 한 권, 소설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읽는다고 한다. 장일호 기자의 [슬픔의 방문]을 추천했다.

개인적인이기도 하지만, 시대나 사회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어있어요. 사람들과 같이 사랑하고 살아가며 바라보는 세상, 그런데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절망, 그리고 따뜻함. 이런 것이 담겨있어요.”

영화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궁금해서 물었다.

저는 미술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대학 갈 때 미술평론을 하고 싶었어요. 미술평론을 하기 위해서 대학원을 가야했는데 그 때는 형편이 안되었어요. 그게 아니었다면 글을 쓰는 일, 또는 글을 편집하는 일을 했을 것 같아요.” 미술을 좋아해서 전시관을 많이 찾았던 젊은 시절이 영화 미학에 스며들어있지 않을까싶다.

 

원스톱 영화 제작을 출판영상단지에서 실현

그는 교하의 한살림 매장이나 초록바구니에서 장을 보고, 헤르만하우스까지 반려견과 매일 산책을 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8년째 파주시민이다.

파주출판도시는 협약에 의해 고도제한을 해서 하늘도 넓게 볼 수 있고, 산남습지에 철새들도 많아 굉장히 아름답다고 표현하면서도 출판도시 같은 환경은 아직도 낯설다고 말했다. “제가 태어나서 한번도 살아본 환경이 아니거든요.”라고 표현한다. 그는 동대문 밖 전농동, 면목동, 망우리 등에서 자랐고, 결혼후에도 성북동, 돈암동, 서촌 등으로 구도심 주변의 주택가에서 살았다. 그래서인지, 시장도 있고, 사람들이 부대끼는 거리에 익숙하고, 빌딩들만 즐비한 곳은 아직도 낯설다. 그가 파주에 들어온 것은 남편 이은 감독이 출판영상단지에 뜻을 두었기 때문이다.

저희 남편 이은 대표가 출판단지가 조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뜻을 키운 것이죠. 전 세계적으로 출판전문도시라는 게 없잖아요. 영화도 관련 종사자들이 모여 원스톱으로 제작하도록 관련 회사들이 모여있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꿈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영화제작 스튜디오가 인근 송촌리, 신촌리를 비롯하여 멀리 파주시 적성면, 파평면에도 많이 생겼다. 파주에 영화 관련 업체와 종사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  명필름아트센터 영화관

 

서울시민도 부러워하는 국내유일 제작사 직영 영화관 명필름아트센터

여기 건물의 특징은 바로 옆에서는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통해서 일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고, 이 쪽에서는 영화를 볼 수 있고, 전시를 보고, 공연도 할 수 있고... 명필름아트센터 딱 맞아요. 그리고 이렇게 제작사가 운영하는 영화관은 여기밖에 없어요.” 자부심이 대단하다.

명필름아트센터는 영화매니아들에게 호평받는 곳이다. 옵티모스 사운드 시스템, 스크린 영사 수준, 좌석 배열도 등등 세심하고도 전문적인 배려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제작사가 운영하는 영화관이라 영화 관련 아카이브 등 다양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장점이다.

영화 매니아들은 이곳 명필름아트센터를 굉장히 많이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많이 찾아오지요. 서울에서도 영화관이 보통 쇼핑몰의 한 공간이기 때문에 복잡한 경로를 거쳐야만 영화관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여기는 주차하고 30초 내로 영화관에 들어갈 수 있어요.” 영화관을 자랑하는 심대표의 얼굴이 활짝 핀다.

심대표 가족은 모두가 영화인이다. 남편과 여동생, 딸도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영화를 떠나서는 숨 쉬기 힘든 사람인 듯했다. 인터뷰 말미에도 인터뷰어에게 영화를 권한다. 얼마전에 심의를 봤다면서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권했다.

명필름아트센터는 파주 고양시민들과 출판도시 입주사 임직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심대표는 대중교통이 편치않아 걱정하면서도, 파주시민들이 많이 찾아주길 바랬다. 파주시민의 자랑으로 명필름아트센터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파주에 뿌리내리고 싶어하는 심재명 대표.

갑자기 출판영상단지가 무척 가까와졌다. [슬픔의 방문]을 주문하고, 이제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기다린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명필름아트센터는 시선의 편식을 막아주는 영영가 많은 아름다운 식탁이 아닐까?라고.

 

임현주 기자

#1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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